2016년 7월 20일 수요일

나주호

  미지근한 바람이 해풍처럼 불면 기분 좋은 시원함으로 느껴져. 호수가 펼쳐진 집에서 4일째 되는 날 느즈막한
오후 4시
의 바람.. 세상 모든 시간을 가진 듯한 느낌에 그 바람이 불면 눈을 감고 귀뒤로 흘러가는 바람을 한올 한올 느껴야지. 보이는 곳에 세워진 포르쉐는 항상 떠날 수 있는 정신의 반영이 되겠지. 그리고 석양색 대쉬보드는 돌아올 곳이 있다는 정신의 반영이 될 것이고,, 어둠이 찾아오면 친구들이 찾아온다. 일상 속에서 왁자지껄한 세상 이야기가 들리기도 하고, 서로의 시간을 갖겠지. 그리고 ㄷ자 집의 한 가운데 정원에 모여 커피를 한잔 해야지. 
  여름의 향기가 이리도 좋다. 초록은 더 초록으로 보이고 향기는 그 향기가 더 깊어지지. 허리가 잘려나간 잔디의 잔인한 풀내음 조차도 생생하잖아. 이 아름다운 세상에서 책상에 머리 처박고 있기엔 삶이 너무 짧다. 순간순간 가만히 앉아 있는다. 아이폰의 빈약한 스피커든 보스 스피커든 차에서의 OEM 스피커든 갑자기 집중해서 음악을 듣는 행위를 한다. 최대한대로 집중해서 악기 하나하나가 구분될수 있을 정도의 귀를 연다. 그렇게 편안한 마음이 들고나서 주변을 돌아보면 다시 그 환경은 날 압도해 생생하게. 초록이 더 초록으로 보이고, 향기는 더 깊어진다. 공기를 갈라서 세세하게 느끼면 흐르는 공기와 냄새를 품은 공기, 돌아나가는 공기를 느낄 수 있다. 내 솜털을 켜켜이 넘어가는 공기도 있고, 텁텁하게 머무는 옷과 피부 사이의 공기도 있다. 느낄 수 있는 내가 정말 사랑스럽기도 하지. 

  기꺼이 자폐아처럼 세상을 느끼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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