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9월 11일 수요일

10년 2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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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슴 속에서부터 슬픔이 스멀스멀 피어 오른다. 답답함의 말로인지도 미천한 내가 가진 협소한 능력 탓일지도 모른다. 끈적한 타액이 나를 몸서리치게 핥아대는데 벗어나려는 곳엔 자처한 질리는 미소가 한가득 있다. 선 자리에서 내 발끝을 바라보며 독보적 존재가 되고자 속삭인다. 독립적이고 독보적인 완전한 한 개인으로 이 삶을 내 안으로 통과시키고 싶다.
  애초부터 불가능한 열망을 나는 소망하는가? 진정 독보적이고 독립적인 존재는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없는 것일까? 입을 닫고 스스로의 감옥에 자신을 가두면, 혹은 아예 미쳐버려야만 그 열망을 달성할 수 있을까? 이 길이 옳다가도 저기 보이는 저 길이 옳은 어깨 쳐진 갈대는 자신의 열망조차 쉬이 인정하지 못한다.
  강인한 정신을 원한다면 이 절벽 아래 서서 굴러 떨어지는 바윗덩이에 온 몸이 짓이겨져야 한다. 나만의 온전한 고통과 비명이 계곡을 가득 채우고 너덜너덜한 나만이 남아 바위들의 온 무게와 계곡의 무게와 산의 무게를 내가 버틴다면 나는 다시 태어날 것이다. 나의 눈은 더 맑고 투명해지고 산의 무게만큼 내 몸은 더 가벼워질 것이다. 충분한 시간이 흘러 나는 손가락으로 가볍게 돌들을 젖히고 툭툭 털고 일어나며 비명이 아닌 내 영혼을 대신할 소리를 지를 것이다.
  차가워진 눈은 독보적 존재임을 비춰낼 것이고 두 팔 벌려 갈대 밭을 산책한다. 내가 가진 것 만큼을 원하고, 내가 가질 것 만큼을 요구할 것이다. 나를 마주보고 절벽에 설 것인가, 나의 등 뒤에서 절벽을 바라볼 것인가. 스산한 두려움은 자신을 불사를 수도 있고 타다 남은 한 줌의 재가 될 수도 있다. 시체들과 대화가 끔찍하다고 여기면 저 갈대들과 춤을 추라. 내 등을 바라보고 절벽을 응시하라.
  시간의 바람에 모래 언덕처럼 스르륵 사라지는게 두려워하는 시체의 산이다. 모래를 두려워하는가? 그래봤자 우리도 스르륵 사라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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