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9일 토요일

여기가 나만의 공간


  모두가 자기만의 시간들을 갖기 위해 이 공간을 떠났다. 반대로 이 공간이 나만의 공간이기에 나는 오늘도 하루를 마감하며, 이 곳에 앉았다. 저녁 아홉시에 이 밤만큼이나 다크한 에스프레소를 내렸다. 크레마가 채 가시기도 전에 마치 생수처럼 나는 이 커피를 들이킨다. 스탠드의 불빛 아래 어지럽혀져 있는 서류들 위로 내 손은 시끄러운 키보드를 연신 눌러댄다. 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고, 해야할 생각들 역시 태산 같다. 하지만 나는 오늘도 정체되어 있다. 응축된 에너지를 끌어모으기 위해서겠지. 더 강해지고 강해지는 변방 무사의 마음이다.

  태풍이 몰아치는 그날 밤처럼 내일이면 언제 그랬냐는 듯 고요해질 아침을 미리 본다. 보름달이 뜨는 그날 밤처럼 뜨겁던 나도 내일이면 시들어진 장미가 될 것을 미리 본다.

  나를 사랑하는 이들과 나를 믿는 이들 그리고 나를 따르는 이들이 있음에 가슴 뛴다. 그들이 존재하므로 내가 존재하는 느낌마저 받는다. 이 것은 인간관계나 대인관계의 문제와는 차원이 다르다. 내 영혼을 가까이 하고 싶은 이들의 마음에 내가 공명한다. 마치 거대한 종의 울림처럼 나는 그들과 그들의 서로 다른 영혼만큼이나 여러가지 음을 함께 낸다. 때론 가지가 잘려나가듯, 그래서 생살이 드러나듯 나란 나무에는 움푹움푹 패인곳 투성이지만, 더 거대해져가는 둘레만큼이나 내면의 나이태가 멀어짐을 나는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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